2020 국정감사 대비 항공안전 정책 제안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연맹 & ALPA-K

항공기 사고의 특징과 사고 조사의 역사적 흐름

  항공기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 의하여, 어떠한 원인으로 발생하게 될지 예측이 불가하다. 다른 교통수단의 사고와 다르게 ‘사고의 전손성 (全損性: all or nothing), 사고의 순간성(Augenblick), 사고의 대형·거액성, 사고의 지상 종속성(관제기구와의 관계), 사고의 국제성, 사고의 입증 곤란성 등’의 특징이 있어 사고 조사의 시작단계인 사고원인 규명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항공기 사고의 특징을 이해한 全 세계 국가들은 항공기 사고 조사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 첫 걸음으로 1944년 시카고 국제민간항공회의를 통해 ‘국제민간항공조약 (시카고 조약)’을 만들었으며,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에서는 1951년, 부속서 13 (항공기 사고조사, Aircraft Accident and Incident Investigation)을 채택, “항공기 사고 조사의 목적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있으며, 사고의 비난 또는 책임을 지우는 데 있지 않다”는 원칙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항공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항공기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거 발생했던 사고 및 기타 준사고, 항공안전 위해요인 등에 대한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획득하여 안전기준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른바 “자기 비판적 분석(진술)”데이터에 대한 비공개 특권(신원 비밀 유지)과 제재 면제(비처벌)를 오랫동안 인정해 왔다. 항공안전의 확보는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서 공공정책적인 이익이 대단히 크다는 점에서 비공개 특권과 면제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속적인 항공기 사고 발생 예방 및 감소를 위한 핵심전략은 SHELL 모델1)을 기초로, ‘인적 요인인 인간은 실수를 초래할 수 있는 존재이며, 실수할 수 있는 요인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에서도 항공안전 데이터의 공유와 특권·면제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Just Cullture (공정 문화) ICAO와 항공 선진국들이 강조하는 ‘Just Culture’는 2001년에 미국 연방항공청 (FAA)에서 처음 도입한 자발적 항공 안전 자율보고 프로그램이며, 조종사의 실수는 일반적으로 행위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조직 문화 또는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기인 됨을 강조하는 것이다. 행위자가 자발적 보고를 한 경우 규정과 절차에 반하는(비고의적) 행동, 절차 MISS 또는 잘못된 결정에 대해 처벌하지 않고 (제재 면제), 고의적, 파괴적(불법) 행위 및 보고 누락 시에 처벌하는 제도이다.


1) ICAO SHELL Model, as described in ICAO Doc 9859, Safety Management Manual, is a conceptual tool used to analyse the interaction of multiple system components. It also refers to a framework proposed in ICAO Circular 216-AN31.


이는 처벌 위주의 안전예방 정책(Blame Culture)으로는 항공 사고나 준사고 등의 빈도가 줄지 않음을 인지하고, Human Error에 대한 다양하고 면밀한 접근을 토대로 새로운 개념의 안전 관리 및 예방 정책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선진항공사 들은 이를 적용하여 항공관련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본부장의 언론 인터뷰2)등을 통해 본 제도 도입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의 항공안전프로그램

미국의 경우 항공기 사고 조사와 사법부의 과실 조사는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고, 사고의 사전 예방을 위한 자기 비판적 분석(진술)은 비공개 특권과 제재

(처벌) 면제를 받는다. 다만, 그러한 위반이 고의적이거나 범죄 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고(accident)가 발생한 경우(준사고와 항공안전장애는 제외), 자격 또는 권한이 없음이 발견된 경우 또는 당해 사건 발생 전 5년 이내에 다른 위반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된 경우에는 처벌이 면제되지 않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 사고 이후에 활용되는 비행데이터기록장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 외에 적극적 안전프로그램으로 항공안전 보고시스템(ASRS, Aviation Safety Reporting System), 항공안전활성프로그램 (ASAP, Aviation Safety Action Program, FAA AC 120-66B)을 위에 서술한 비공개 특권과 제재(처벌)의 면제를 근간으로 조종사, 항공교통관제사, 객실승무원, 정비사, 운항관리사, 공항 요원 등에게 방대한 양의 자율적 보고를 받고, 이를 분석하여 항공기 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고 시스템의 자세한 사항은 ‘첨부 교재’ 참조)


2) [뉴데일리 경제. 2015. 8. 17일자] “항공사고 ‘제로’…”인사상 불이익 없는 ‘Just Culture’ 도입해야” 


국내 항공안전프로그램의 현실

우리나라도 각 항공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던 안전관리시스템(SMS, Safety Management System. 이하 ‘SMS’)을 ICAO 권고사항에 따라 국가 차원의 SMS 관리 개념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최근 실시하였다. 이중 항공안전 의무보고 외에 “항공안전 자율보고”를 법제화하여 자율적인 보고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제적인 흐름과는 다른 국토부의 과도한 처벌과 징계 위주의 안전정책으로 유명무실한 정책이 되고 있다. 특히, 2013년 A사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항공사 과징금 현황을 보면 사고 이후 개선된 항공안전프로그램의 취지와 달리, 과도한 처벌 정책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안전관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항공사 과징금 현황 : ‘첨부 1’ 참조)

최근 미국 DELTA항공의 의뢰로 PRISM3)의 SMS 진단을 받은 K항공사 감사결과에서도 “자발적 안전보고 문화”가 부족하고, 이는 “국토교통부의 처벌 위주의 문화”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회사가 전반적으로 국토교통부와 관계 및 업무에 있어 부족해 보이며, 미국이나 유럽 항공사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3) PRISM(Professional Resources In System Management) : 국제적인 항공사 안전진단 전문업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 정책의 한계성 위에 열거한 항공안전프로그램의 세계적 역사와 선진국의 프로그램 소개는 다름 아닌 2017년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과에서 기획하여 출간한 항공법규 표준교재에 기술된 내용이다. (교통안전공단-항공교육훈련포털, 첨부파일 참조) 국토부에서도 항공안전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을 알고 있고, 2013년 샌프란시스코 사고와 같은 중대한 사고(Accident)가 있었음에도 항공안전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1. 국가 차원의 항공안전 책임 부서 부재

(現 국토교통부➔2차관➔항공정책실➔항공안전정책관➔항공안전정책과)

2. 안전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무원의 정기 인사이동

(장기적인 컨트롤 타워 부재)

3. 항공안전 현장 감독관의 열악한 처우, 전문성 부재

4. 국토교통부 산하 사고조사위원회의 소극적 안전활동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같은 독립된 항공안전정책기관이 필요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항공안전 전문인력을 육성하여 일관된 항공안전프로그램을 발전, 유지해 나아가야 한다.

과거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신설한 질병관리본부가 現 COVID-19 팬데믹에서 K-방역으로 세계 유수 언론에 소개되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가?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항공 운송규모 6위, ICAO 분담금 11위 등 외형적 성장을 이루었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국 파트 상향진출에 도전하기 위해 정부내 ICAO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국제위상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항공안전정책 또한 세계 흐름에 발맞추어 나아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 참고자료

– 대한민국 과징금 상한액 100억 원

미국, 독일 과징금 상한액 6000만 원

일본 과징금 상한액 10억 원 수준

– 과징금 부여 예시

‧ 항공기 랜딩기어의 안전핀 미제거 후 운항

→ 대한민국 3억 원 부과 / 미국 약 2000만 원 부과